"내 고난의 결실을 목도하게 된 그 음산한 11월의 밤, 삶의 불꽃을 불어넣기 위해 무생물인 시체 앞에 모아둔 생명의 도구들을 바라보며, 나는 고통에 가까운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오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오랜 세월의 연구와 탐구끝에 생명의 불꽃을 만드는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첫 번째 창조물은 죽음의 침묵을 깨뜨리는 생명 그 자체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자신의 꿈인 동시에, 그의 심연에 감추어진 두려움과 경악의 대상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그 모습을 마주했을 때, 빅터는 기대를 초월한 끔찍함으로 가득한 불행한 존재에 경악하며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어둠 속에서 의식을 잃은 사이, 그에게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다. 사랑하는 동생이 살해당했다는 비보. 황망한 심정으로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의 마음은 절망과 죄책감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집에 도착하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싸늘하게 식은 동생 윌리엄과, 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있는 하녀 유스틴의 울부짖음이었다. 유스틴은 윌리엄의 죽음 당시 그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는다. 빅터는 그녀를 믿었으나, 그녀는 처형의 단죄를 피하지 못했다. 

이후 빅터가 만든 생명체가 그를 찾아와 윌리엄을 죽인 것은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괴물'로 불리게 된 그 생명체는 탄생의 그날 스스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 사회에서 외면받으며 고통 속에 살아왔다.


인간들은 그의 흉측한 외모만 보고 두려워하며 공격했고, 결국 그는 숲으로 숨어 살며 인간의 삶을 몰래 관찰하게 된다. 그는 말과 글을 배우고, 지성적으로 성장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현실에 절망한다.


그런 절망 속에서 괴물은 복수를 다짐하며, 그의 첫 번째 희생자로 빅터의 동생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빅터에게 '자신의 삶과 고통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만들어 줄 것을 간청한다. 빅터는 괴물의 간청에 깊이 고민하지만, 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결국 동반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곧 빅터의 가장 큰 두려움으로 변모한다. 괴물을 위한 신부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그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차있다. 신부가 과연 괴물을 사랑할 것인지, 더 포악한 괴물이 탄생하면 어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의 의지를 흔든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창 밖에서 괴물의 모습을 보았을 때 빅터의 두려움과 혐오감은 폭발했고, 그 순간 신부의 제작을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분노에 휩싸인 괴물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빅터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처참히 죽여 나간다.빅터는 자신의 창조물과 그로 인해 잃은 모든 것에 대한 깊은 후회와 비탄에 빠지며, 괴물을 추적하기 위해 눈 덮인 북극으로 향한다.


북극을 헤매며 괴물을 추적하던 빅터는 세월이 흘러, 나이 들고 쇠약해져 쓰러지고, 극지방을 탐험중이던 윌턴이라는 탐험대원에 의해 구조된다. 윌턴의 보호를 받으며 회복을 해가던 빅터는, 윌턴이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자신을 찾아온 괴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윌턴은 빅터를 죽이고 괴로워하는 괴물의 모습을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인다.


그는 "이제 와서 뉘우쳐도 소용없다!"고 괴물을 비난했지만, 괴물은 슬픈 목소리로 반박한다.

"내가 악행을 저질렀다고? 이 세상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이는 그 뿐이었고,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나 뿐이었다."


괴물은 그가 빅터와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깊은 외로움과 이해를 절실히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고백한다.


"이제 이 세상에 다시는 나 같은 존재가 없도록, 북극의 얼음 속에서 사라져 버리겠다." 


그렇게 괴물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기로 결심하며, 얼음 속으로 사라져간다.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인간이 과학적 지식으로 창조의 힘을 얻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인식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괴물은 자신이 빅터의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빅터가 자신을 외면하고 두려워하며 혐오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그는 빅터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런 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빅터에게 복수하고자 윌리엄을 죽이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져, 증오와 복수만이 남게 되었다.

결국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인 괴물은 서로를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 반대로 오해와 증오, 고통으로 얼룩져 파멸로 치닫고 말았다. 

우리는 오늘날, 나날이 발달하는 과학기술의 결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을 목도하고 있다. 인간이 창조의 힘을 가진 순간, 그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 역시 피할 수 없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는 성찰과 책임감을 가지고 과학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 Recent posts